가면 갈수록 일기가 짧아지고 초딩처럼 쓴다.
이게 그 다크소울에 나오는 망자화인가 뭔가..?
31일 차 생존기
한 달... 여기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 와중에 옆사람이 전부터 자꾸 꿍얼거리길래 결국 방을 옮겼다. 한결 편안하면서도 나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할까 봐 걱정도 했지만 그런 생각은 도움도 안 되니까 고이 접어두도록 했다. 이 방은 코골이가 한 명 있는데 난 잠 귀가 어두워서 괜찮다. 나 말고 다 노약자분들이 신데 괄약근이 약해서 그런지 방귀를 뭔... ㅋㅋㅋ Train Your Anus! 이야... 오늘 비 많이 오네. 부대 사람들은 괜찮으려나.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이 병원은 어떤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지 무조건 안돼! 식으로 나오니까 답답하다. 우리가 동물도 아니고... 하긴 생각하는 의자 같은 단순하지만 쪽팔린 방법이 효과적이긴 하겠지만... 모르겠다.
32일 차 생존기
지우개 가루를 모아 지우개 보수 작업을 했다. 잘 지워지겠지? (<-번졌다고 함. ㅄ아님? ㅋㅋ) 갑자기 생각난 건데 기초수급자 만들라고 여기 일부러 들어온 사람이 있다. 나랏돈 먹으며 사대보험 접촉하지 않고 장사한다라... 왜 교도소가 아니고 병원에 있을까..? 그래도 나중에 과오를 받길 바라야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조용하게 지내자. 같은 방에 행동이 굼뜬 아저씨가 있는데 종일 쪼그려 앉아서 먹는다. 아재요, 그만드이소. 방귀 좀 그만 뀌고 으이? 할 것도 없으니 잠이나 자야겠다. 잠에서 일어나고 쓰는 글. 자전거를 타다 머리가 핑 돌더니 3인칭 시점으로 바뀜. 위에서 본모습이었는데 천천히 내리막길을 가다가 픽 하고 넘어짐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팔다리가 엉겨 붙어있었고 손목은 무슨 투명한 줄로 묶여있었음. 힘줘서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니까 꿈에서 깼더라. 뭔 꿈이지...(뭔 꿈이긴 개꿈이지) 그리고 누가 샤워실에서 똥오줌을 쌌다고 했다.
어떤 노인이 그만 저지르고 말았다는데... 조절이 안되나 보다...
33일 차 생존기
Feel 충만한 하루. 근데 꼭 아침에 촉이 좋으면 오후엔 금방 에너지가 빠진단 말이지. 역시 예상대로 오후 되니까 귀찮아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음. 간호학생이 오셔서 보드게임하자고 함. 승패는 상관없다. 시간만 보내면 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17시... 시간 참 안 간다. 샤워실에서 똥 싼 아저씨는 복도에서 종일 슬리퍼 끄시면서 뛰어다니시네.
34일 차 생존기
자고 일어났는데 개운하지가 않네. 맞다. 언젠지는 모르겠는데 의사와 상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른 건 다 커가는데 화내는 게 애기예요. 화내는 연습을 하셔야 됩니다.' 근데 되게 어려울 거예요' 흠....
전에 지렸던 아저씨가 종일 뛰어다니시길래 자제 좀 해달라고 물었지만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했다. 아... 여긴 정신병원이지..? 오늘은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근데 옆에 할아버지가 스카치캔디를 드시길래 나도 궁금해서 사봤다. 조졌다. 몇 개째 까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음은 5 봉지 산다... ㅋㅋㅋㅋ 간식받은 지 1시간 만에 절반을 까먹네. 사회 나가서도 이럴까 봐 겁난다.
35일 차 생존기
오늘은 잠을 설쳤지만 그래도 잠을 틈틈이 자면 괜찮겠지. 내가 전에 있던 방은 나까지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나 나가자마자 4명 풀방 됨. 여기에는 누가 오려나. 조용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보드게임을 많이 한 것 같다. 덕분에 시간 잘 가네. 간호생분들과 얘기를 또 나눴다. 재밌었다. 어째 일기가 초딩처럼 변하는 거 같냐... 그리고 같은 방에 있는 아저씨 한 명이 있는데 행동도 엄청 느리고 말도 느리고 물도 호로록 마신다. 거슬리네...
36일 차 생존기
오늘은 머리가 안개처럼 뿌옇다. 공부도 안되니 잠이나 자야지. 오늘 여성분이 난동을 피워 강제 퇴원 당했다. 사유는 누구 부르려다가 간호사와 트러블이 생겼고 안정실에 들어가서 난동피움. 난동이라기보다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거를 왜 안정실로 보내가지고 사람 흥분하게 만든 게 이해가 안 감. 간호사 조치가 이상하다 이 말이야. 말이 안정실이지 실상은 폭주실이라니까... 맞다 오늘 신청곡에 marigold를 썼는데 꽃말이 이별이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37일 차 생존기
오늘따라 기분이 유독 안 좋다... 난 왜 살까. 주마등을 느꼈다. 느낀 바로는 영화 아바타에 링크 접속처럼 순식간에 빠르게 장면들이 지나갔고 정신 차려보니 의자에 앉아있던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오감이 되살아나는 느낌? 신기한 경험이었다. 목에 멍이 들었다. 안정실 행... 에효 죽지도 못하고.
38일 차 생존기
전에 ㅈㅅ하는 사람을 이해 못 했지만 지금은 약간이나마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뭐랄까.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니까 나한테 해를 끼치는 게 편하달까.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간호사와 얘기를 나누며 일주일을 줄 테니 간단한 목표를 세우라고 했다. 뭔 목표요... 예?
39일 차 생존기
퇴원 날짜는 다음 달로 생각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된다는 가정 하 이지만. 오늘따라 아무것도 하기 싫다. (<- 이 정도면 맨날 하기 싫은 거 아님? ㅋㅋ) 21시경 조현병 환자와 전에 방 같이 썼던 욕쟁이 아저씨랑 싸움이 날 뻔했다. 시비는 조현병 환자가 먼저 했다는데 정작 물어보니 자기는 기억 안 난다고 함. 건달 아저씨는 "경찰 불러. 줘 패고 퇴원하게"라고 말했다. 뭐... 늘 그랬듯 조용히 지나갈 것 같다.
40일 차 생존기
건달 아저씨께 힘내라고 격려받았다. 13시 또 안정실에 와있다. 볼펜 압수당함. ㅋ 이제 어떻게 쓰지. (몰래 쓰는 중)
41일 차 생존기
꼬우면 퇴원하라는 식의 병원의 통보를 받았다. 이럴 때일수록 꼬리를 내려야 되겠지. 문제 일으켜봤자 군대에서 골칫거리로 여기겠지... 이곳 생활이 점점 무감각해진다. 코 고는데 무슨 총소리가 나냐...
42일 차 생존기
아침부터 볼펜을 회수해 가냐... 이제 볼펜 하나 남았으니 진짜 조심스럽게 써야겠다... 하루하루가 일주일 같네.
43일 차 생존기
오늘 의사와 면담을 했다. 많은 것을 느꼈다. 혼란스럽지만 얘기하자면 내가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해서 난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사실 내 마음대로 안되니 상대방에게 엿먹이는 방법이란다. 상대방에게 화난 상태인데 엉뚱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결과적으로 그런 행동이 스스로 해를 끼치는 방법이란다. 내가 상대방 뒷담하는 걸 싫어한다고 말했는데 나도 면전에다 화를 내지 못하니 상대방을 귀찮게 행동한다니 뒷담이랑 뭐가 다른가? 생각나는 대로 쓰긴 했지만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의사는 나 같은 경우 입원이 아닌 외래진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하셨다. 이런 성격, 성향파악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44일 차 생존기
다다음주쯤에 퇴원한다고 말씀드려야겠다. 하루하루가 너무 길다. 가족 면회도 온다고 했는데 미안하지만 좀 빨리 와달라고 할까... 새로 온 분이랑 장기를 뒀다. 이제는 이기고 지고의 의미가 없다. 시간만 지나면 된다.
45일 차 생존기
부대는 뭐 하고 있을까? 마음이 심란하다. 방에 새로 오신 아저씨가 감사하게도 파란 제트스트림 볼펜을 줬다. 면회가 화요일 날로 미루어졌다. 우레시... 그나저나 입원 기간을 어떻게 해야 되지... 동료에게 전화해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역시 부대 복귀가 마음이 편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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