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썰, 후기

정신병원 폐쇄병동 입원 16~ 30일차

주인놈 2023. 7. 2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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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은 패스한다!

 

 

16일 차 생존기


오늘 간호생분들이 실습을 마치고 가신다 함.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담당의사가 와서 진짜 ㅈㅅ하려고 그랬던 건가요? 묻길래 아니다. 그때는 충동적으로 약간 복수의 개념으로 했던 것 같다, 말씀드렸더니 그런 식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논리 정연하게 말씀하셔서 듣는 순간 납득이 갔고 화내는 표현을 연습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시간이 지나 새로 오신 간호생분들과 우노 게임을 했다, 16시엔 아주머니들과.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흘러가나 보다. 언제 나가냐...

 

 

 

 

 

17일 차 생존기


10시쯤 아주머니랑 루미큐브 하고... 책 읽고... 밥 먹고... 점점 이곳 삶이 무감각해진다. 2주만 버티자는 생각으로면 한 달...

아 의미없다... 뭐해먹고살지. <- 갑자기?

 

 

 

 

 

18일 차 생존기


이곳 생활에 녹아든 건지... 슬슬 일어나기가 힘들다. 핸드폰 30분도 짧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남는다. 좋은 거겠지..? 책 읽는 것도 지겹다. 참 여기에 미술 선생님이 계시더라. 한수 가르쳐달라고 할까? 이제 가르쳐달라고 주변에 갔는데 아주머니분들이 같이 루미큐브 하자고 해서 했다. 이제는 승패는 상관없고 시간만 흐르면 됐다. 근데 다들 왜 이렇게 잘하냐. 뭔 도박판같에 ㅋㅋㅋ. 그렇게 하고 방에 왔다. 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 점점 무미건조해진다는 증거일까. 무튼 자기 전에 면회 때 주고 간 불닭까르보를 먹으려고 했는데 옆에 사람이 슬그머니 오더니 한 입 달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침대에 앉았다. 말투도 구수하니 충청도 사람인 것 같은데 한 입 하실? 하니까 거절하더라. (3번까지 물어봤어야 했나..? ㅋ) 그러면 보는 앞에서 걍 먹어보리기. 다 먹으니까 그분이 옆에 사람한테 가서 배고프다고 말하더라. 좀 미안했다 ㅋ. 참 부대동기들에게 연락했는데 답장이 없더라. 뭐 당연한 건가...

 

 

 

 

19일 차 생존기


오늘은 대체 공휴일이다. 아침에 다 일찍들 일어나셔서 좀 빨리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제 불닭까르보를 먹어서 그런지 폭풍 ㅅ사... 오늘따라 유난히 옆 아저씨가 말을 많이 한다. 욕을 아주 그냥... 누구보고 들으라고 하는 건지. 사실 전부터 그래서 방을 옮기고 싶다고 간호사 분께 말씀드리려고 했으나 자기가 먼저 방 옮길 거 같다고 얘기하더라. 잘된 일이다. 병원은 아침마다 혈압을 잰다. 이제 내 차례가 와서 재려고 하는 데 대놓고 새치기당했다. 당황했지만 기분은 걍 그랬다. 여긴 정신병원이니까 이해해야지... (<-정상인 코스프레 보소?) 공부는 늘 그렇듯 하기가 싫다. 여기도 하루가 길구나. 긍정적으로 살아야 할 텐데 말이야... 사람 생각에 따라 천당과 지옥이 갈린다구...

 

 

 

 

20일 차 생존기


06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지만 졸려서 다시 잠. 일어나니 07시네. 일어나도 뭐 개운하지가 않냐. 뭐 전부터 그랬지만... 그림 잘 그리시는 분이 로비에서 그리고 계시길래 나도 옆으로 가서 구경을 했다. 거기엔 전직 미술선생님도 계셔서 가르쳐달라고 했다. 이참에 그림의 기초를 배워보자... 오늘따라 머리가 띵하네. 졸린데 잠은 안 오고, 근데 책이랑 공부는 집중이 잘 되었던 거 같음. 근데 그만큼 읽었으면 속독이 돼야 되는 거 아니냐. 속독이 안되네 ㅋ.

 

 

 

 

21일 차 생존기


내일이면 다음 달이다. 퇴원은 아직 미정이지만 약 2주 정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기분이 매우 안 좋구먼... 이런 말은 하기 좀 그렇지만 그 간호생은 말재주는 없는 데 관심법을 자꾸 하니까 불편했다... 그래도 뭐 반대로 생각하면 고작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니 감사하다고 여겨야지...

 

 

 

 

22일 차 생존기


오늘 간호생분들이랑 보드게임을 했다. 간호생분들 중 한 명이 밥을 안 먹고 왔다고 하자 전에 간식으로 시켰던 과자 에이스를 나눠주었다. 고작 그걸로 허기가 채워질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고마워하면서 잘 먹겠다 하더라. 15시경 간호생이 하는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는데 종이를 구겨서 맞추는 - 다트 생각하면 된다. 총 점수를 합산하니까 우리 팀이 제일 높았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일렀는데 바로 추첨을 통해서 점수가 플러스,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 근데 내가 x10을 뽑아버려서 압도적으로 승리해버렸다. 기분은 떨떠름하고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는데 '받으면 좋고 안받으면 그만'이라는 법륜스님의 말을 떠올리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부담스러워하기 보다는 현재를 즐겨야되겠지... 무튼 상품은 컵라면이다. 레크레이션 준비하느라 돈도 많이 쓰셨을 텐데 수고하셨고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맞다 이번달 첫째 주에 치킨을 시킬 수가 있다. 오늘 신청받았는데 과연 무슨 브랜들까?

 

 

 

 

23일 차 생존기


공부하기 싫다... 이제 간호생분들도 또 가시는구나. 허전한 느낌이다. 포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23일 날 퇴원해도 좋은데 온갖 겁을 주고 선택은 자유라고.. 이거 3개월까지 있을 수도 있겠는데... 아 치킨은 페리카나 나오더라. 반마린데 양이 많았다.

 

 

 

 

 

24일 차 생존기


아니 컵라면 먹을라고 물 탔는데 찬물로 해가지고 면이 안 익어ㅋㅋㅋ. 바보도 이런 바보가 어디 있지. 급하게 물 버리고 따뜻한 물로 수습했지만 실패... 면이 아삭아삭하니 별미구만 ㅅㅂ?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다. 면 뒤적일 때랑 먹을 때 웃음이 자꾸 나오더라 ㅋㅋ. 심심하면 해 먹어야지. 옆 아저씨들이 섹드립을 친다. 뒤치기니 가위치기니... 아니 ㅋㅋㅋ 제정신이냐고. 하긴 정신병원이지. 만능 치트키 같은데? 무튼 오늘 간식받는 날인데 직원 실수로 하나가 누락되어 못 받았다. 사과의 의미로 복숭아 아이스티를 받았는데... 이번엔 뜨겁게 먹어볼까?

 

 

 

 

25일 차 생존기


06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따뜻한 차 한잔. 그 차는 아이스티, 아니 핫티라고 불러야 하나. 유자차 생각했는데 좀 비슷한 맛이나 놀랐다. 먹을 만은 한데 진하게 타서 그런지 인상이 자동으로 찌그려지는 건 덤. 그 와중 병실에 같이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약 먹을 때 자기만 입 벌려서 확인했다고 간호사에게 화를 냈다. "뭐 여기가 교도소도 아니고, 왜 나한테만 ㅈㄹ이야"라고 말하길래 안쓰러워 보여 간호사분에게 쪽지를 주고 갔다. 그 내용은 그 사람에 대한 정보랄까? 여성을 하찮게 대하는 경향이 있으니 남성간호사가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적었긴 했는데, 나중 와서 고맙다고 하더라.

 

 

 

 

26일 차 생존기


옆 병실 군인 아조씨가 자기가 만든 보드게임을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 흔쾌히 수락했다. 생각보다 잘 만들었고 스팀게임에도 올라와 있다 하데? 나중에 시간 나면 해봐야겠다. 맞다, 그 사람이 여기 오게 된 계기는 개인정보라서 자세한 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성관련 문제 때문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다재다능한 사람... 이게 후광효과인지 뭔지 그건가..?

 

 

 

 

 

 

27일 차 생존기


어제 여간호사분이랑 상담... 은 안 했고 나중에 쪽지를 줬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좀 길다.

 

무엇이 힘든가요?

긴 글이 될 것 같아 죄송하지만 혹여 도움이 될까 봐 글을 남겨보려 합니다. 일단 저는 타인의 시선을 굉장히 의식하는 편입니다. 바꿔 생각하면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 감정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때문에 24시간 내내 같이 생활하는 군대조직에선 저와 많이 맞지 않았죠. (뭐, 이런 말은 군대 체질이 안 맞지만 꾹 참고 전역하신 분들은 뭐가 되겠냐만...) 그래도 남들 다 하는 거라 전전긍긍하며 보내왔지만 신체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툭하면 눈물에 구토, 설사, 숨가쁨 증상을 겪었지만 혹여 남들에게 들킬까 무서워 나의 내면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괜찮다며 지내왔습니다. 내 힘든 점을 말해도 꾀병으로 볼까 봐 말도 못 하고 그렇게 지내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저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같아요. 이게 제 방어기제입니다. 그러면서 담당의사가 말한 게 생각나더군요. '아버지를 이기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죽는다'라고. 아버지에게 의사표현을 해야 되는데 엄격하니 표현을 못하고 애꿎은 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 같아요. 그런 방법이 쉬우니까. 지금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애들에게 민폐를 많이 끼쳤는지, 내 입원 때문에 애들이 출타율을 걱정하지 않을지, 고작 나 하나 때문에 사람들이 수고스럽지 않을지, 부대로 돌아가면 골칫거리로 여길지 등등... 그래도 애써 밝은 척 티 내지 않는 게 사회성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의식 속에서 피어오르는 공허감은 어느샌가 절 짓누르고 있더군요. 표현을 하라고 얘기는 하는데 어려서부터 참는 게 익숙한 저에겐 막막하기만 하네요.

 

그 와중에 옆 아저씨는 자꾸 말 거네. 다른 방으로 가신다면서요... 내가 가야 되나. 할 거 없어서 책상에 붙은 스티커 떼는 내 인생이 레전드...

 

 

 

 

 

 

28일 차 생존기


옆에 아저씨가 개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이 정도면 학대 아니냐..? 이름부터 개똥이, 바보 등으로 짓고 보신탕 얘기 나오고... 무튼 오늘도 아무것도 하기 싫음. 어떻게 있으면 있을수록 정신이 더 피폐해지는 것 같냐... 치료 맞냐? 하긴 나보다 더 심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거겠지. 그들에 비하면 나는 어중이떠중이지 뭐... 내일이면 옆방에 있는 군인 아조씨가 가는구나. 안녕히 가세요. 무사히 건강하게 전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9일 차 생존기


곧 있으면 여기 있는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오늘 가족이 또 면회를 오기로 했다. 그러면서 의사와의 상담이 예상되는데 전달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책을 읽다가 원초아, 자아, 초자아 개념이 나왔어요. 제 경우에는 초자아가 너무 강해 원초아가 나설 자리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능적인 욕구를 다른 방식으로 표출하게 되는데 그게 ㅈㅎ가 될 수 있어요. 이게 제가 말한 가면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가면을 쓰고 있다가 편한 곳에서 벗어야 하는데 그럴 곳이 없으니 어린아이처럼 반항하고 엉뚱한 방식으로 화를 내는 것 같아요. 뭐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하면 나아질 거라고는 하는데 저는 말도 잘 못하고 실제로 괜찮다고 생각이 들어서 막상 할 얘기도 없는 것 같아요.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네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행동할지 또 충동적으로 행동할지 겁이 나요. 왜냐하면 그럴 때마다 심한 죄책감과 ㅈㅅ충동을 느끼기 때문이에요. 근데 신기한 건 내일이 되면 괜찮아져요. 이게 괴리감이 너무 심해서 힘들기도 해요. 감정기복이 너무 심하니까. 전 아직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면회 갔다 오면서 쓰는 글. 또 바리바리 싸들고 오더라. 치킨 사 왔는데 안 먹던 걸 먹으니 별로 못 먹은 거 같기도 하고... 샤프심 가져와달라고 했는데 뾰족한 건 반입금지라고 해서 못 들여보냄. 더불어 잘 쓰고 있던 샤프도 뺏김...^^ 아무튼 가족들에게 미안하더라. 나 때문에 돈이랑 시간 써가면서 면회 오는 게. 핸드폰 사용시간 때 고맙다고 해야겠다. 이제 잘 시간인데 복도에선 범죄자들이 자기 경험담을 늘여놓고 있다. 마약이니 성매매니... 왜 감방에 안 가고 여기 있는 거람...

 

 

 

 

30일 차 생존기


며칠 전에 전신문신한 남성이 입원을 했다. 마약, 도박 중독? 때문에 입원한 것 같았다. 그분이랑 오목을 뒀는데 간 보는 느낌이 강하다. 도박하셔서 그런가?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말들, 일부러 져주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 같은 기분이 상당히 든다. 내가 예민한 건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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